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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례시간
새로운 날의 가장 깨끗한 시간에 지내는 기제사(안동 지촌종택 기제사)

새로운 날의 가장 깨끗한 시간에 지내는 기제사(안동 지촌종택 기제사)

  • 새로운 날의 가장 깨끗한 시간에 지내는 기제사(안동 지촌종택 기제사)
  • 묘지라는 장소의 특성상 낮시간에 지내는 묘제(안동 대지재사 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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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를 시작하는 첫 시간으로 가장 신성한 시간에 지내는 제사 제사의 종류에 따라 제사를 지내는 시간에는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나 예서(禮書)에는 대부분의 제사를 하루 전에 준비하여 다음날이 되면 음식을 차리고, 날이 밝으면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다. 다음날이 된다는 것을 궐명(厥明)이라고 하는데, 어떤 일이 있은 그 이튿날이라는 뜻으로 ‘하루가 시작되는 첫 시간’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그러므로 ‘어떤 일이 있은 그 이튿날’로 쓰이는 시간은 제사 준비를 마치고, 다음날 제사를 지낸다고 할 때 사용되는 뜻이다.궐명이란 시간상으로 보면 미명(未明)의 시기로서 아직 날이 밝기 전이다. 그래서 이 시간은 아직 캄캄하다. 때문에 제사상에 촛불이 등장한다. 기제사(忌祭祀)는 궐명에 제사를 모시는데, 이유는 하루를 시작하는 첫 시간으로 그 시간이 가장 신성한 시간이고, 기일이 되면 가장 먼저 돌아가신 조상(祖上)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이 자시(子時, 11-1시 사이)로 이 때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진설(陳設) 등을 한다. 간혹 ‘신도(神道)는 음기(陰氣)가 강하므로 주로 음기가 왕성한 밤에 활동해서 밤에 제사를 지내고, 닭울음소리가 나기 전에 끝내야 한다’는 설이 있지만 그러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 날의 가장 깨끗하고 신성한 시간인 축시에 지내는 제사 날이 밝는다는 것은 질명(質明)이라고 하는데, 어둠이 걷히고 날이 새는 현상과는 의미상 차이가 있다. 시간의 흐름으로 볼 때 하루가 시작되는 궐명(厥明)이 있은 후 날이 밝아오는 질명이 이어진다. 질명은 해는 솟아오르지 않았으나 사방이 밝아져 사물을 구별할 수 있을 때를 말한다. 이는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자시를 지나 축시(丑時)로 이해할 수 있다. 축시에 제사를 지내는 이유는 아마도 제사를 지내는 시간을 질명(質明)이라고 한 데서 유래하였을 것이다. 분명한 규정은 찾을 수 없지만 전날의 오염된 시간과 접해 있는 자시를 지나 축시가 그 날의 가장 깨끗하고 신성한 시간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날의 가장 깨끗한 축시에 지내는 기제사 즉 기제사의 경우 기일 하루 전에 기물을 점검하여 준비해 두었다가 궐명인 자시(子時)가 되면 식어도 문제가 없는 음식들인 과일, 채소, 술, 마른 음식 등을 차리고 기다린다. 이후 질명인 축시가 되면 사당에서 신주를 모시고 제사를 지낸다. 그래서 기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돌아가신 날인 기일 축시(丑時)가 된다. 이처럼 축시에 제사를 모시는 이유는, 앞서도 언급했듯이 자시는 전 날과 연결되어 완전한 새날이 아니고 축시가 새로운 날의 가장 깨끗한 시간이 되기 때문이다. 이 시간은 요즘의 24시간제로 환산하면 새벽 1시 경이 된다.

이론과 현실의 차이에서 오는 제사 시간의 혼동그러나 전승되고 있는 기제사에서는 축시보다는 자시에 제사를 시작하는 사례가 더 많이 보이는데, 이는 이론과 현실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호산(壺山) 박문호(朴文鎬, 1846-1918)의 『사례집의(四禮集儀)』에 의하면 기제사는 여름철이면 오경(五更)인 새벽 4시에, 겨울철이면 닭이 울 때 지낸다고 하였다. 주인이 집사자를 이끌고 제사를 지내는 장소에 가서 촛불을 밝히고 이어 관세를 하고 과일 등의 제수를 진설하여 제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일반적인 기제사 시간과 다소 차이를 보인다.

제사를 시작하는 날짜와 마치는 날짜를 구분하기 위한 입제일과 파제일 이처럼 기제사의 경우 새벽시간에 제사를 지내기 때문에 하루 전에 준비를 시작하고 날이 바뀐 뒤 제사를 지내게 되어 제사를 시작하는 날짜와 마치는 날짜가 다르게 된다. 이에 따른 혼돈을 방지하기 위해 제사를 시작하는 날을 ‘제사 드는 날’, 즉 ‘입제일(入祭日)’이라 하고, 제사를 지내는 날을 ‘제사를 마치는 날’ 즉 ‘파제일(罷祭日)’이라고 하여 구분한다. 따라서 기제사에서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기일(忌日) 하루 전부터 기일이 시작되는 시간이다. 때문에 입제일을 제삿날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이 있었는데 이는 제사날짜를 잊지 않기 위한 제삿날의 인식방법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통금이 있던 시기에는 제사날짜를 하루 앞당기는 오류를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입제일을 제삿날로 인식한 결과이다. 즉, 자시에 제사를 지내지 않고, 저녁시간에 제사를 지낼 경우 파제일 오후 7-8시 경에 제사를 지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입제일 7-8시 경에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제사는 살아 있는 날 지내야 한다’는 등의 잘못된 인식이 나타나게 되었다. 엄밀히 말해 기일은 돌아가신 분이 살아 있었던 날이기도 하고, 돌아가신 날이기도 한 시간이기 때문에 제사는 반드시 기일 당일에 지내야 한다.

제례의 종류에 따른 제례의 시간 이러한 제사 시간은 사시제(四時祭), 녜제(禰祭), 차례(茶禮), 절사(節祀) 등의 제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이 제사들 역시 하루 전에 제사를 준비하고, 다음날이 되면 과일 등의 식어도 되는 음식들을 차리고 날이 밝으면 제사를 지낸다. 그러나 차례의 경우 통상 날이 완전히 밝아진 아침시간에 지내고 있다. 이에 대한 뚜렷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묘제 역시 하루 전에 준비하여 날이 밝으면 묘소를 깨끗이 청소하고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묘지라는 장소의 특성으로 인해 실제로 청소를 하고 제사를 지내는 시간은 낮 시간으로 한정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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